버릇없는 펭귄의 이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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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에 문득 써보는 2019년 정리 오늘의글

2019년은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머리에서 증발되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본다.

*내 일의 영역을 확장했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일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 키우면서 일을 많이 하기란 쉽지 않아서 보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이제는 일을 더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이전시 두 곳에 이력서를 냈고 일을 받기 시작했다.
한 곳은 하는 일이나 받는 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을 좀 하다가 그만두었고
나머지 한 곳은 여러모로 내 마음에 쏙 들어서 주는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영역을 확장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내 영역을 어떻게 전문화할지 결정하게 되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이전까지는 돈이나 경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돈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어떤 유튜브를 우연히 보고 
돈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 후 자본주의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중이다.
돈은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돈보다 내가 위에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SNS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이글루스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또 책을 좀 더 열심히 읽고 싶은 마음에
연말즈음 북스타그램도 소소하게 시작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었다.
유치원때문에 올 초 고민이 참 많았는데
아이는 잘 해내고 있고 다행히도 지금 유치원을 참 좋아한다.

*모닝 아메리카노를 즐기게 되었다.
20살에 커피를 시작하면서 10+n년을 라떼류만 먹어오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꼭 점심 먹고난 후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올 여름쯤부터 가을까지 매일 아침 카페에서 일을 해야만하는 상황이 있었고
아침부터 라떼를 먹기엔 부대끼는 느낌이 있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두세달 그렇게 했더니
아침에 맡는 커피 향기와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도 모닝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인생에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인생은 어느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어떤 책을 읽게 되었고
인생은 내가 생각한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아오던 습관이 있어서 매 순간을 열심히 생각하고 그대로 살고 있는건 아니지만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느정도 생겼다.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리라는 마음을 품은채 몇년이 흘렀고,
올해 마침내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해보니 역시 필라테스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 꿈은,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아이와 단 둘이 
진짜 잘 가르치는 필라테스 선생님한테 듀엣 레슨을 받는 거다.

쓰고 보니 이 정도면 2019년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한 바를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 단계 더 성장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거스러미를 뜯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는 글 오늘의글

나는 손톱 거스러미를 뜯는 버릇이 있다.
피가 나도 막 뜯어낸다.
나쁜 버릇인 줄은 알지만 고치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고 고치기도 참 어렵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우리 아이가 
내가 거스러미를 뜯어낼 때마다 
'엄마, 파나잖아, 하지마!'라고 잔소리를 한다.

둘이 신나게 손잡고 갈때도
(손을 잡은 상태로) 나도 모르게 막 손톱 주변 살을 뜯고 있으면
역시나 아이가 피난다며 하지 말라고 말린다.

그런데 이게 나도 모르게 하는 습관이다보니
잔소리를 듣고도 몇 분 안에 또 그러고 만다.
그러면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있다가 자기 손을 쫙 펴서
내 손가락이 서로 닿지 못하도록 한다.
피나니까 뜯지 말라는 거다.

아, 나의 이런 사소한 버릇까지 이렇게 신경써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 오늘의글

우리 아이는 엄마와는 다르게 블링블링한 걸 좋아한다.
외출하게 되면 반지나 팔찌를 꼭 착용하고 나가고,
손톱에 매니큐어랍시고 스티커를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크면 보석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항상 말한다.

그런데 며칠 전, 자기는 커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갑자기 되고 싶은 게 바뀐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아픈 사람들 고쳐주고 싶어서?"

그랬더니 아이 왈,
"아니, 뼈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이 기발하고 웃겨서 박장대소를 했다.
그리고 '자라면서 수학과 과학을 사랑하는 이과생이 되었으면' 이라고
(공부는 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뼛속까지 문과인 엄마는 살짝 욕심 내어 생각해 보았다.

미식가 오늘의글

내 남편은 미각이 예민한 미식가다.
커피를 마시면서 바디감이 어쩌네 저쩌네
베이컨을 먹으면서 무슨 향이 깊네 안깊네
하여튼 맛을 아주 예민하게 느끼는 타입이라
음식 맛을 굉장히 중시하고 또 평가도 참 많이 한다.
배만 부르면 장땡인, 막혀를 가진 나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미식가 남편의 딸에 관한 것이다.

막혀인 나는 음식 맛을 웬만해서는 잘 따지지 않는다.
대신 성분이나 원산지를 많이 따지는 편이다.
특히 아이들이 먹는 군것질류 중에 온갖 첨가물을 넣어 만든 제품을 혐호한다.
(우리나라 제품들이 주로, 아니 거의 그런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최악이라 생각하는 것은 우리나라 초콜렛!
팜유만 잔뜩 넣어서 초콜렛 흉내만 내는게 너무 싫다.
이왕 먹을꺼 괜찮은거 먹으라는 마음에 해외 초콜렛을 가끔 사주는데
(내 돈....)
올리브영이 집에서 가까운 관계로 거기서 파는 휘태커스 초콜렛을 한두번 사줬었다.

얼마 전,
초콜렛이 먹고 싶다고 아이가 징징거렸고
그게 신경쓰였던 할머니가 올리브영에서 휘태커스 초콜렛 하나를 몰래 사오셨다.
아이가 초콜렛 먹고 싶다고 할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주려는 의도였다.

며칠 후,
아이가 저녁에 갑자기 초콜렛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부엌에 가서 초콜렛 요정님을 불러 초콜렛을 달라고 할테니
소파에서 눈감고 있으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군것질류를 사서 숨겨놓았다가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할때 
그걸 갖다주시는 요정님을 종종 소환하곤 한다. 다행히 아직은 그게 통한다.)

부엌에 가서 할머니가 사놓았던 휘태커스 초콜렛을 세 조각 몰래 꺼내서 아이에게 주었다.
물론 요정님이 가져다 주셨다고 하면서.

아이가 신이 나서 초콜렛을 맛있게 먹더니
"엄마, 이 초콜렛, 화장품 맛 나는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화장품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대답하길, "아니, 그 화장품 파는데(올리브영) 거기서 사먹었던 초콜렛, 그거야!"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 아이는 누가 뭐래도 내 남편의 딸이었다.
남편의 맛타령도 충분히 피곤한데
아이까지 합세할껄 생각하니 벌써부터 무서운 기분이 든다.


헛발질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 한번은 공을 찬다 오늘의글

나는 성격과 신체가 운동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초중고 시절
100미터 달리기는 정말 최선을 다해 뛰어도 20초였고
체력장은 늘 5등급이었으며
체육 실기는 진짜로 전교에서 꼴찌였다.

지금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사람인) 내가 학교다닐 때는 체력장이라는 걸 했는데
유연성을 측정하면 늘 마이너스가 나왔고
달리기는 앞서 말했듯 20초였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는데
체육복 입고 최선을 다해 뛴 내가
미니스커트처럼 줄인 교복을 입고 뛴 친구보다
기록이 낮았다.

타고난 몸이 근육도 없고 유연성도 제로인데
하물며 성격까지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바람에
여러 면에서 체육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었고
내 성적에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다가 22살쯤부터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의로 다닌 것은 아니었고,
허리가 굉장히 안좋아서 근육이 받쳐줘야 일상 생활이 되는데
운동을 안하니까 도저히 몸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필라테스를 시작한 것이다.

돈을 냈으니 다니기는 열심히 다녔는데 
얼마나 못했으면, 한번은 선생님이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렇게 3년 여를 다니다가 집에서도 멀고 돈도 비싸고 해서
집 앞에 있는 요가로 옮겼고 또 몇 년을 다녔다.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딱 몸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간신히 했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시간과 돈이 없어 운동을 다니지는 못했고
대신 홈트를 시작했다.

허리가 아픈 데다가 출산으로 살까지 쪄서
이사람 저사람 여러 홈트를 기웃거리며
2~3개월 열심히 하고 또 쭉 쉬고 이렇게 몇 년을 반복했다.

살기 위해서, 지지부진하게, 계속 헛발질하며,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예 손 놓지도 않는 운동 라이프를 이어오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운동을 하자 결심을 하고
3개월 전부터 다시 동네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헛발질도 계속 하면 언젠가 공을 차기는 차나보다.
정말 놀랍게도, 필라테스를 잘하는 나를 발견했다.
선생님이 지시하는 동작과 호흡법을 잘도 착착 따라한다.
심지어 좀 더 강도높은 동작도 다 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작심삼일 느낌으로 10년 간 운동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게
지금 이렇게 결과물로써 나오는게 정말 신기하다.
놓지 않고 계속 어떻게든 버티면 언젠가는 뭐든 되긴 되는구나 싶다.

(물론 이건 철저히 운동 찐따인 내 경우다.
운동 잘하는 사람은 이 정도 했으면 자격증을 10개는 따고도 남았을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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