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는 펭귄의 이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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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오늘의글

하원 후 아이와 쮸쮸바를 반씩 나눠서 맛있게 먹고있는데
아이가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말했다.
"엄마, 이기는 건 중요한게 아니지?"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보다 싶어서,
"맞아 이기는 건 중요한게 아니야."하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면서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한게 아니야. 
중요한 건 과정을 끝까지 해냈느냐, 그 과정이 즐거웠느냐, 과정을 친구와 함께 했느냐,
이런거지'라는 말을 이어가려고,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아. 그럼 뭐가 중요한거지?"이렇게 되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지는 게 중요한 거지!" 이랬다.

아아, 너무 웃긴데 아이 앞에서는 대놓고 웃지 못했다.
벌써부터 저런 말을 해주는 것도 어른의 욕심인가보다.

텀블러와 책 오늘의글

나는 다른 사람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좁고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편이라
보통 낯선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아래 두가지에 전부 해당되면, 
그 사람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친근감이 느껴지고 호감이 생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해서일 것이다.

첫째는, 텀블러를 쓰는 사람이다.
나는 텀블러를 즐겨 쓴다.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커피 사먹는데 사용되는 일회용 컵과 리드, 빨대가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는 텀블러를 늘 가지고 다닌다.
텀블러를 깜빡한 날은 심지어 커피를 참기도 한다.
텀블러를 갖고 다녀보니, 
텀블러를 챙기는 일도 귀찮고, 들고다니기도 참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금 불편한게 낫지않나 하는 생각때문에 매일 열심히 챙긴다.
그래서 그런지, 텀블러를 쓰는 사람을 보면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호감이 생긴다.

둘째는, 책을 좋아해서 늘 읽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다독가는 아니었다.
기복도 심해서 삶이 힘들면 책이 잘 읽히지 않아 아예 읽지 않은 기간도 있다.
20대 중반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너무 힘들어서
지금까지 10년 넘게 쉬지 않고 읽고 있는 시사주간지까지 읽지 않은 암흑기를 겪기도 헀다.
(나에게 시사주간지는 기본 영역이고, 책은 선택의 영역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삶의 기복에 상관없이 책을 꾸준히 읽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1년에 읽을 권수를 정해서 열심히 읽고 있다.
목표 권수를 정해서 책을 꾸준히 읽다보니 책이 더 좋아지고
덩달아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까지 좋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남편을 처음 사귄 이유도, 책을 많이 읽어서였다.(지금은 왜...)

텀블러를 쓰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과는 대화를 더 나눠보고 싶다. 친해지고 싶다.

아이 친구의 엄마 오늘의글

아이가 단체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긴 했지만,
내 휴대폰에는 아이 친구 엄마의 전화번호가 단 하나도 없다.

아마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선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내향성 인간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자발적 아싸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과 만나서 즐겁게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영화, 드라마, 책보는 걸 훨씬 좋아한다.

내 친구 중 나와는 정반대로 극외향성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맘카페에 가입해서 엄마들 공부모임에도 나가고
동네 엄마들도 곧잘 사귄다.
그러나 나는 그 흔한 맘카페 가입도 안되어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있었던 조리원은 서로 통성명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 흔한 조리원 동기가 없다.

등하원에서 아이 친구 엄마들을 빈번히 마주칠 수도 있겠지만,
프리랜서 생활 때문에 등하원을 할머니와 번갈아 하는지라
친구 엄마들을 자주 만나는 편도 아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는 하지만 전화번호를 주고 받을 만큼 충분히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사람들은 서로 번호를 따고 아이 친구의 엄마와 친구가 되겠지만
난 굳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가 않기에 친한 동네 엄마가 하나도 없다.

아이가 가끔씩 'ㅇㅇ(친구이름)이 우리집에 초대해서 놀고싶다' 할 때는 
아, 친구 엄마들을 좀 사귀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 친구는 아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내 몫은 아니기에
결론적으로 별 후회는 없다.

훗날 기회가 되어
아이 친구의 엄마와 좋은 인연이 된다면 기꺼이 그 인연을 이어나갈 생각은 있지만
그걸 굳이 성격과 상황을 바꿔가며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억지 노력은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 친구는 전적으로 내 아이에게 맡기기로 한다.

아이에게는 오늘의 즐거움만 있다 오늘의글

프리랜서 동료와 잡담을 나누다가 아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우리아이는 10시쯤 자요. 8시에 잠드는 아이로 만들려 했는데, 재울때마다 진짜 열받는다니까요.
막 눈이 감기면서도 자기는 잠이 오지 않으니 놀아야 된다고 말해요."
이를 듣던 동료 왈,
"아이들에게는 원래 내일이란게 없잖아요."
이 말을 듣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렇다. 아이들은 시간관념이 없지 않은가.
내일 또 놀면 되잖아, 라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갖고 있는 시간관념이 
과거는 모두 어제 미래는 모두 내일인데,
즐거움을 내일로 미룬다는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이렇게 또 한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음식차별 오늘의글

나에게는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 남동생이 있다.
우리 집은 아들 딸에 대한 차별이 특별히 없었기 때문에
나름 성평등한 집이라고 어릴 때는 착각하고 살았다.
그러나 여자 남자에 대한 뿌리박힌 차별이 있다는 것을
머리가 어느 정도 커진 후에 깨닫게 되었다.

오늘 이야기는 음식이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 아이 보는 문제 때문에 잠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그래서 모든 구성원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 날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분배되는 음식의 양이 적은 날이 많았다.

한번은 닭다리구이를 먹기로 했는데
아빠, 남동생, 남편 접시에는 각각 3개가 놓여있었고
나와 엄마 접시에는 각각 2개씩 있었다.
원래 남자는 많이 먹고 여자는 조금 먹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분배한 것인지
아니면 모자른 개수를 여자들이 커버한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문제를 의식하고 나니 짜증이 나서 
왜 내 것만 적은지 여쭤보았고
엄마는 그냥 멋쩍게 웃고 넘어갔다.

문제제기를 했으니 다음번에는 안그러시겠지 했는데
다음번에도 또 그러길래
그냥 가타부타 말 없이 남편 그릇에 있는 걸 내게로 가져왔다.
남편도 그런 차별을 느끼고 있던 터라 적극적으로 자기 것을 내게 주었다.

사실 적게 먹는 건 상관없다. 2개 먹어도 된다.
하지만 굳이 엄마 스스로 남자들부터 맛있고 좋은 것으로 많이 챙겨주고
그 다음에 여자들 것을 챙기는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늘 이런식이었다.
눈치 없는 남동생과 아빠는 늘 음식의 가장 좋은 부분을 먹고싶은 만큼 실컷 먹고
엄마는 가족들 더 먹으라고 덜 좋은 부분을 적게 먹고
나는 그런 엄마가 신경쓰이고 불쌍해서 하나라도 엄마 더 드시라고 남겨놓고.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눈치 없는 남동생과 아빠에게 주의를 주거나 문제를 환기시켜야 하는게 맞는데
그냥 엄마가 희생하고 딸도 덩달아 엄마와 함께하는 모양새가 고착화되었다.

엄마는 왜 식사준비에 제일 고생해놓고 후지게 먹는 것이며,
왜 나까지 그 범주에 포함시키는 걸까.
공부하는거나 물건사는걸로는 이런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는걸 보면
음식에 있어 여자는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음이 분명하다.

예전부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지만 엄마조차도 딱히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 닭다리 사건을 계기로 
음식차별에서 나 자신만이라도 구하기로 했다.

남자들 앞에만 따뜻한 고기가 놓이면 굳이 멀리까지 팔을 뻗어서 따뜻한걸 먹고
남동생만 온전한 복숭아 하나를 방으로 휙 가져가서 먹으면
나도 나누지 않고 한개를 다 먹겠다고 이야기한다.

남동생은 왜 부모님께 무심하고 집안일 하나 능동적으로 하지 않는데 대접받고
나는 그 반대가 되어야만 하는걸까.

그래서 결혼 후 나는 음식원칙을 하나 만들었는데,
무조건 요리하는 사람이 좋은 것을 많이 먹기로 하는 것이다.
요리하느라 고생한 사람 밥부터 먼저 푸는게 정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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