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없는 펭귄의 이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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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빙수 오늘의글

음식의 맛은 상황이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도루묵 유래처럼 힘들고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제일 맛있듯이 말이다.
얼마 전 빙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때 그 상황을 남겨놓고 싶다.

아이를 재우다 보면 나도 같이 잠들 때가 많고 
깜빡 졸았다가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해서 늦게 자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는 이런 악순환에다가 중간에 급한 일도 처리하느라 밤을 좀 샜던 바람에
일주일 내내 피곤을 달고 살았다.
토요일이 되어서 아침부터 집안 대청소를 하고 나니
오후 3시쯤 되어 너무 졸렸다.
도저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아이와 놀든 말 든 놔두고 잠에 빠져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남편이 에어컨 선선하게 틀어놓고 설빙에서 빙수를 시켜놓았다.

한잠 자고 일어나서 애플망고치즈빙수를 아이와 나눠먹는데
아니 세상에 빙수가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망고도 맛이 있었지만
우유눈꽃얼음과 치즈가 입에서 살살 녹는 게
인생 최고의 빙수다 싶었다.

나는 빙수도 별로 안 좋아하고 배달음식은 시켜 먹는 법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빙수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일요일에 또 시켜 먹었다.
하지만 전날 먹던 그 맛은 아니었다.

토요일 오후 한잠 자고 일어나서 에어컨 바람맞으며 먹었던 설빙 애플망고치즈빙수.
앞으로 이런 맛은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기록해놓기로 한다.


like father like daughter 오늘의글

우리 아이는 얼굴도 아빠를 닮았지만 성격은 아빠를 더 닮았다.

우리 남편 특징 중 하나가 갖고 싶은 것은 뭐든지 협상하기이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맥주를 꼭 장바구니에 넣고 싶다 하면,
"나 맥주 하나만 사주면 안돼?" 이러면서 불쌍하게 말한다.
나의 '알았어'라는 대답을 듣고 나면 뒤에 꼭 이런 말을 붙인다.
"두개 사면 안될까?"
보통은 안된다고 하지만 난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그래 그렇게 해'라고 종종 대답하기도 한다.
그럼 남편은 꼭 한마디 더 붙인다.
"세개는 안돼?"
이렇게 해서 늘 나의 화로 마무리.

이런 모습을 아이 앞에서 자주 보여준 것도 아닌데,
우리 아이도 어릴때부터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꼭 뭐든지 협상을 한다.

스티커 하나가 꼭 사고 싶다고 해서 문방구에 가면
스티커를 골라놓고 마지막에, 
"엄마 이거말고 인형사면 안돼?"

유튜브 영상을 하나만 보기로 해놓고 
짧은거 하나만 더 보게 해달라고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부려서
'그럼 짧은거 딱 하나만 더 봐'라고 하면
"긴거 보면 안될까?"

나는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딱 그 목적만 달성하는 타입이다.
다른게 더 먹고 싶지도 않고, 더 좋은게 갖고 싶지도 않고,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나에게 남편과 아이가 더블 콤보로 딱 저런다.
두명이 매번 저러는데 열은 4배로 받는 기분.



2개월 동안 어떻게 살았나 정리해본다 오늘의글

그 동안 간간이 생각은 났지만 2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이 곳에 오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시기이기도 해서
일상적인 글을 주절주절 쓰기가 어려웠다.
별건 없지만 2개월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정리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우선, 몇 권의 책을 통해 '돈'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나도 마음만 먹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돈은 신성한 노동으로만 버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동으로 버는 소득과 금융 소득이 적절히 섞여있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요즘은 특히 미국주식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마디로 주린이가 된 것이다.
소소하게 주식을 하게 되니 좋은 점이, 소비를 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벅 커피 한잔 먹을까 하다가도, '아 이거 몇번만 아끼면 주식을 살 수 있는데'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
매달 소소하게 지르던 커피나 옷 등에 돈을 안쓰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졌다. 
그 동안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눈에 보이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관심 없던 기업, 환율, 금리, 유가 이런 것들을 더 눈여겨 보게 되었다.

두번째로, 법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이것도 병인 것 같은데, 늘 뭔가를 공부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프리랜서라 그런걸까. 혼자 도태될 것만 같고 나중에 돈한푼 못벌꺼 같고 그렇다.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늘 아깝다.
그렇다고 되게 열심히 사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항상 이런 강박 아래 놓여 있는건지.
시간제로 두 과목을 듣기 시작했는데, 안해보던 거라 그런지 재미는 있지만 너무너무 어렵다.
본업도 하고 애도 키우면서 공부도 같이 하려니 쉽지만은 않다.
열심히 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끊이지 않고 하다보면 뭔가 얻는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하고 있다.
나의 지론이, 목적지로 가고 싶으면 일단 기차든, 버스든, 하다 못해 자전거라도 올라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고분고분하고 말을 잘 들을 것 같지만 실상은 내 쪼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잔소리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다보니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고
우리 아이 빼고는 모든 어른들이 스트레스 속에서 몇 년을 살아왔다.
이제 드디어 마침내 finally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이사 준비로 신경쓸 일이 많다.

네번째로, 어린이를 키우고 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우리 아이가 아기같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완전한 어린이가 되었다.
자기 주장이 정말로 강해졌고
내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아이가 엄마는 잔소리쟁이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아이가 닌텐도를 하기 시작했고 
단 며칠만이라도 어디 혼자 있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많이' 하게 되었고
뭐 여튼 그렇다.
아이 키우는 일은 늘 어렵다.

다섯번째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몰입'이란걸 해본적이 없는데,
일할 때는 유일하게 몰입을 경험한다.
일을 한건 할때마다 성취감이 있는걸 봐선 지금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낮에는 애랑 놀아주고 애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짬짬이 해야하다 보니 그게 가장 힘들다.
머리 속에 일 생각이 가득한 상태에서 아이가 말이라도 안들으면 나도 모르게 버럭버럭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더 크면 이렇게 힘들었던 시간도 그리워질것 같아서 
열심히 스스로를 다스리며 일과 육아를 근근이 병행하고 있다.

쓰고 보니 되게 열심히 사는 척하는구나 싶다.
어제도 늦게까지 넷플릭스보다가 잠든 주제에...


어떻게든 놓지 않고 이어나가면 결국엔 된다 오늘의글

'What I wish I knew when I was 20'라는 책을 읽다가 
아이와 커리어 모두 중요해서 어떻게든 저글링하고 있는 내게
너무나 와닿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My only recommendation is that if you intend to stop working while your kids are young, consider finding a way to keep your career on a low simmer. If you haven't stepped all the way out for too long, it's much easier to get back in. You can do this in an infinite variety of ways, from working part-time in traditional jobs to volunteering. Not only does it keep your skills sharpened, but it provides you with the confidence that you can gear up again when you're ready.

양육 때문에 일을 잠시 멈추게 되더라도 봉사활동을 하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든 해서 커리어의 명맥만이라도 이어가라는 거다. 그렇게 되면 실력도 녹슬지 않고 자신감도 잃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이 부분을 보자 안도했다.
아, 그래도 내가 잘 해내고 있구나!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 못하고 힘겹게 한발짝씩 떼는 거 같은 기분도
이런 과정의 일부분일 뿐이구나!

나는 아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 일을 다시 시작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돌보면서도 커리어를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는 일이었기에 선택했다.

양육과 일 사이에서 저글링이 어려웠지만
9-6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많은 편이라
어떻게든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저 책에 나온 말처럼,
어떻게든 이어나가니까 기회가 한번씩 찾아온다.
집에만 있었다면 찾지 못했을 기회들을 하나씩 경험하고 나니까
정말 더디지만 그래도 목표 지점으로 조금씩 발을 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커리어의 기어를 조금 더 당겨볼까 싶어서 
올해는 내 일과 관련해 새로운 공부도 더 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내가 생각하는 모습대로 되지 않아도 좋다.
어떻게든 놓지 않고 이어나가면 결국엔 된다.



1월 중순에 문득 써보는 2019년 정리 오늘의글

2019년은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머리에서 증발되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본다.

*내 일의 영역을 확장했다.
프리랜서로 살면서 일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 키우면서 일을 많이 하기란 쉽지 않아서 보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이제는 일을 더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이전시 두 곳에 이력서를 냈고 일을 받기 시작했다.
한 곳은 하는 일이나 받는 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을 좀 하다가 그만두었고
나머지 한 곳은 여러모로 내 마음에 쏙 들어서 주는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영역을 확장하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내 영역을 어떻게 전문화할지 결정하게 되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변했다.
이전까지는 돈이나 경제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돈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어떤 유튜브를 우연히 보고 
돈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 후 자본주의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중이다.
돈은 두려운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되었고
돈보다 내가 위에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SNS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이글루스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또 책을 좀 더 열심히 읽고 싶은 마음에
연말즈음 북스타그램도 소소하게 시작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었다.
유치원때문에 올 초 고민이 참 많았는데
아이는 잘 해내고 있고 다행히도 지금 유치원을 참 좋아한다.

*모닝 아메리카노를 즐기게 되었다.
20살에 커피를 시작하면서 10+n년을 라떼류만 먹어오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꼭 점심 먹고난 후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올 여름쯤부터 가을까지 매일 아침 카페에서 일을 해야만하는 상황이 있었고
아침부터 라떼를 먹기엔 부대끼는 느낌이 있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시작했다.
두세달 그렇게 했더니
아침에 맡는 커피 향기와 먹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금도 모닝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인생에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인생은 어느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어떤 책을 읽게 되었고
인생은 내가 생각한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아오던 습관이 있어서 매 순간을 열심히 생각하고 그대로 살고 있는건 아니지만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느정도 생겼다.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리라는 마음을 품은채 몇년이 흘렀고,
올해 마침내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해보니 역시 필라테스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내 꿈은,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아이와 단 둘이 
진짜 잘 가르치는 필라테스 선생님한테 듀엣 레슨을 받는 거다.

쓰고 보니 이 정도면 2019년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한 바를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 단계 더 성장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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